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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스킨 인 더 게임 : 의사는 의사처럼 보이면 안 된다?책/경제경영 2020. 10. 22. 09:52
'스킨 인 더 게임' 열한 번째
첫 번째 의사는 드라마에 나오는 유능한 외과의의 전형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다. 두번째 의사는 푸줏간에서 일할 것만 같은 외모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만약 내가 나의 치료를 담당해 줄 의사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선입관을 극복하고 두 번째 의사를 선택할 것이다.
왜 그럴까? 두 의사의 위치가 똑같다면 두 번째 유형의 의사는 지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의 선입관을 극복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일의 성과는 그 사람의 외모를 보지 않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나 고객들만이 외모를 보고 선입관을 갖는다.
'평가'를 기반으로 결과가 나오는 성격의 일이라면 외모가 끼치는 영향은 정말로 크다. 대기업 임원들을 떠올려 보라. 그것이 그들의 일이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데, 혁신적 사업가와 대기업 임원은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 이것이 대기업 임원들의 일이다.
외모에 능력이 투영되는 분야도 분명히 존재한다. 스포츠의 경우, 운동을 잘할 것 같은 외형을 지닌 선수가 대개 운동을 잘하고 뛰어난 성과를 낸다. 그러나 대부분의 분야에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처럼 보이지 않는 외모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 성공을 일궈 냈다면 그에게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봐도 된다.
부자들 중에는 부자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이 많고, 부자처럼 보이는 사람들 중에는 부자가 아닌 사람이 많다. 정말로 실력 있는 도둑은 겉보기에 도둑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라. 도둑처럼 보이는 도둑들은 거의 다 감옥에 가 있다.
"본질적인 역량을 잊어버린 단체나 기업을 보면 소속된 사람들이 대부분 이상한 전문용어를 사용하고 사무실 외관에만 신경 쓰며 자신들의 외모를 중시한다. 그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정작 자신들의 일에 관해 의미 있는 답을 하지 못한다."
잠깐 옆길로 새서 한 가지 예시를 들자면... '순수' 영화는 왜 주목을 받지 못할까?
재미가 없어서? 자극적인 소재의 영화들이 판을 치고 있어서? 대중이 순수 영화를 접할 기회가 충분치 못해서? 현재 주목받고 있는 '파생' 영화들도 초기에는 비주류로서 수많은 비판을 받았을 것이다. 주류에서 벗어난 아류 따위는 돌연변이 취급을 받으며, 요행에 기대 잠깐이나마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도 금세 시들어 버려질테니… 그럼에도 살아남았다는 것은, 아니, 흥행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선입관을 통해 평가를 받아 왔음에도 대중의 기호에 들어 맞는 방향으로 판단내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완벽히 혹은 보편적으로, 시장의 논리에 따라 형성된 지금의 행태를 비판하는 게 옳을까?
그렇지 않다면 '순수' 영화가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1. 그들의 '오리지널리티'를 내세워 감정에 호소한다. (자비)
2. 판단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시장을 직접 찾아 나선다. (타겟팅)
3. 그들이 가진 고유한 장점과 현대의 트렌드를 결부시켜 직접 새로운 강자가 된다. (크리에이팅)
그린 럼버 팰러시
"예쁜 사과가 맛이 더 좋은 건 아니다. 반짝인다고 해서 전부 금은 아니다."
"분명한 실적을 내 왔으면서 남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트레이더에게 일을 맡긴다."
실제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성인의 소양이 아니라 성공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물론 지성인의 소양이나 사업에 관한 꼼꼼한 지식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바보 지식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떤 분야에서 성공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어떤 분야가 됐든 숨겨진 요소들은 린디 효과를 거치면서 드러나게 된다. 바보들도 확신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업 방식은 바보들을 속이기 위한 방식일 뿐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대의 책임 의식 없는 관료 또는 지식인들을 비판하는 주장과 상반되는 내용 아닌가? 아니면 구체적이고 명확히 비춰질 수 있는 방식이 '화려해' 보이기 때문인가?
화려한 사업 계획서
"소설을 쓰려면 소설 속에 나오는 그 어떤 것에도, 그 어떤 의상이나 식물이나 자연에도 불완전한 가정이나 관계를 집어넣으려는 유혹을 떨쳐 내야 한다."
이는 모두 글을 화려하게 꾸미려는 사람들의 습관이다. 그런데 내용을 화려하게 꾸미려는 유혹은 사업과 과학 분야에도 만연해 있다. 많은 사람이 사업은 사업 계획서를 통해 진행되고, 과학은 연구 계획서를 통해 진행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돈으로 무엇을 해 보려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사업에 집중하려는 사업가들은 사업 계획서를 앞세우지 않는다. 성공한 기업으로 손꼽히는 기업들을 보면 자신의 사업에 모든 것을 바치고 모든 책임을 스스로 감당한 사업가들로부터 시작됐고, 그들의 힘으로 성장했다.
화려한 옷을 입는 주교들
사회과학 분야의 논문 중에는 피상적인 내용만 다루거나 무의미한 서술이 잔뜩 들어 있는 논문이 너무 많다. 경제학 분야도 마찬가지다.
"논문을 작성하거나 시험에 통과하는 기능적 측면에만 관심을 갖는 학자들에게는 아무것도 배울 것이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과학만능주의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형식이나 겉모습이 중시되고, 과학은 복잡할수록 좋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맞물려 있다. 그런데 이런 일반적인 인식에도 나름의 논리가 있다.
기독교의 주교가 왜 하려한 옷을 입는지 아는가? 고대부터 지중해 사회에서는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일수록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명예로운 일로 인식됐다. 하지만 아무런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 관료나 사제가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사회 역시 옛날에도 있었다. 물론 지금도 존재한다.
극도로 복잡하고 정교한 의식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그 의식을 따를 것을 요구하고, 화려한 겉치장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우월성을 사람들에게 확인시켰다. 화려한 의식이 없으면 지식인들은 그저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에 그칠 뿐이다.
"수억 달러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허술한 외모의 사람보다는 페라리에서 내리는 세련된 외모의 사람이 더 부자처럼 보인다. 그리고 과학만능주의가 진짜 과학보다 더 과학적으로 보인다. 진짜 지식인은 지식인처럼 보이지 않는다."
고르디우스의 매듭
성과를 바란다면 복잡한 겉모습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환자가 두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을 때 우선 아스피린을 먹거나 일단 하룻밤 잠을 푹 자 보라는 처방이 나온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사는 복잡한 검사부터 해 보자고 했다. 다들 그것이 과학적인 접근법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그렇게까지 이지적인 존재는 아니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렇게 주장했다. '야구 선수는 공의 궤적을 토대로 낙하지점을 계산해 내기라도 한 것처럼 움직인다. 잠재의식 속에서 일종의 수학적 계산이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실험 결과에 따르면 야구 선수는 훈련을 토대로 공을 잡는 능력을 갖게 된다. 처음에는 시각 훈련이 필요하다. 시각 훈련은 가장 쉬운 단계로, 공이 가장 높은 점을 찍고 내려오는 순간이 언제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다음에는 공에 시선을 고정하고 공을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공을 바라보는 각도가 계속 상수를 유지하도록 달리는 속도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도킨스의 주장대로라면 자연현상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처음부터 계산에 따라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지 않다. 자연현상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각각의 목적에 적합한 방식의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다. 직접적인 훈련이 아니라 상상을 하거나 계산만 하는 선수들은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
종교적 믿음 역시 인생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체험적으로 갖게 된다. 신앙은 누가 알려 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훈련이나 체험을 통해 위험을 인지하고 그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미리 취하는 것 정도다.
복잡한 해법으로 생기는 문제
"복잡한 해법을 제안하도록 교육받고, 보상받는 사람들은 단순한 해법을 제안할 이유가 없다.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법이 복잡해지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지식인들은 결과를 기반으로 보상받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인식을 기반으로 보상받기 때문에 쉽고 단순한 해법을 제안하는 일이 이들에게 유리할 리 없다. 게다가 복잡한 해법을 제안하더라도 그에 따른 여러 부작용을 책임질 필요가 없다.
쌀과 비타민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뇌 수술은 아스피린보다 더 과학적이지 않은 처방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합리성은 다른 분야로까지 확장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과학만능주의를 과학보다 더 과학적이라 생각한다. 잘 포장된 선동이나 사기를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많은 개발도상국 국민들이 영양실조 혹은 영양 결핍으로 고통받고 있다. 어떤 학자는 이 문제의 원인이 '운송'에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식품 생산량의 3분의 1가량이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에 따르면, 유전자조작으로 새로운 품종을 생산해 낼 필요도 없다.
토마토만 하더라도 가격의 80~85%는 운송, 저장, 폐기 비용에 따라 책정된다. 그렇다면 가격의 15~20%에 해당하는 생산 영역이 아니라 운송과 저장 영역에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과학만능주의자들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1. 사람들에게 끼니를 굶는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 주며 동정심을 유발하면서 이 같은 조치에 따르는 논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끼니를 굶는 아이들을 돕는 일에 그 어떤 문제라도 제기하는 사람은 천하의 못된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2. 자신들이 제안하는 방법에 대한 비판을 전부 아이들을 돕는 일에 반대하는 것으로 몰아붙인다.
3. 자신들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과학 기반 사업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지구의 환경이나 생태계에 큰 부작용을 초래하더라도 그들은 그런 결과에 신경 쓰지 않는다.
4. 과학에 관해 아무런 지식도 없으면서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는' 해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향해 화를 내는 언론인과 명사들을 동원해 선전전을 펼친다.
5. 자신들이 제안한 방법에 문제를 제기하는 과학자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그들의 입을 막기 위해 그들의 평판을 깎아내리거나 그들의 직업을 위태롭게 만드는 다양한 시도를 한다.
평가의 왜곡
숫자로 표시되는 실제 성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인식한 평판이나 간접적인 지표로 평가받는 일에는 반드시 평가의 왜곡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이런 방법으로 직원들을 평가한다.
가장 기억나는 지표는 '총 영업일수 가운데 수익을 낸 영업일수의 비중은 얼마인가?'였다. 꾸준한 수익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평가 지표를 넣은 것 같은데, 직원들은 수익 영업일수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위험을 숨기는 선택을 하기 쉽다. '검은 백조'의 출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사치품으로서의 전통적 교육 시스템
미국 명문 대학교 졸업장은 아시아 신흥 부자들이 추구하는 궁극의 사치품이 되고 있다. 사실 어떻게 보면 학생들이 내는 대학교 등록금은 '인생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럴듯한 대학교 졸업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협박이 이끄는 갈취에 불과하다.
그런데 교육 시스템 덕분에 사회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사실 오히려 그 반대다. 사회가 발전하고 부가 증대되면서 정규 교육 시스템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다.
진짜 체육관은 체육관처럼 보이지 않는다
진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과학적인 장비가 기초 단계에서만 의미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삶의 많은 측면에서 '진짜'를 추구한다. 근육의 일부만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과학적인 장비들에 계속 의지하다 보면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몸매가 만들어지고, 체력은 전반적으로 더욱 나빠진다.
진짜 체육관이 체육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진짜 운동 역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운동과는 다를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리고 진정으로 강한 체력을 갖고 싶다면 체력 운동의 수준을 극한까지 높여야 한다. 적당히 힘든 수준으로 운동해서는 체력을 높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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