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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콘텐츠의 미래 : 연결로 커진 대중의 힘 (Feat. 인터피디아의 실패와 위키피디아의 성공)책/경제경영 2020. 11. 18. 10:12
'콘텐츠의 미래' 일곱 번째
카림 라카니는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10년 넘게 대중 연구에 몸담고 있다. 몇 년 전에 그는 과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대중의 지혜에 의존하는 조직들에 대해 강연한 적이 있다. 바로 이노센티브의 ‘해결사 커뮤니티’ 같은 조직이다.
실험에서 대중에게 제시한 문제는 짧은 비디오나 텍스트 블로그 같은 간단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문제들과는 다르다. 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수년 혹은 평생을 바쳐가며 연구하던 문제였다. 그런데 대중은 전문가들을 능가하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가?
이에 대한 설명 중 하나는 대중이 콘텐츠의 전통적 생산 양식을 바꾸어놓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이미 대중 의존 모델들이 일반적이다. 대중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의견을 생성하고 (유튜브에서) 비디오를 만들어내며 (구글에서) 내부 프로젝트를 평가하고 (위키리크스에서는) 비밀을 폭로하며 (킥스타터와 고펀드미에서) 기금을 조성한다. 또 중요한 정보를 알아내기도 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시각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더 우세하다. 대중이 생성한 콘텐츠가 최고일 때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라키니는 대중의 가치가 다양한 범위의 생산요소를 투입하고 이용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일부 전문가 집단에게 의존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놓치고 있는 부분, 즉 ‘흩어져 있는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평가들은 대중 기반 웹사이트가 평균적으로 기준 이하라고 말한다. 게다가 대부분 사람들이 찾지도 읽지도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온라인에서는 혼란을 부추기는 악의적인 행위 때문에 그 질이 더욱 저하된다고 주장한다(분노의 시대, 사용자 생성 불만, 대중에게 노출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긍정적, 부정적 의견 모두 대중의 가능성을 질적인 관점에서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둘 다 핵심을 짚지는 못하고 있다. 품질(콘텐츠)은 평가의 기준으로 삼기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보다는 연결 관계(공유)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대중을 연결시키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다른 유형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훌륭한 콘텐츠를 새로 만드는 일에 도전하고 그다음에 다른 사람들이 그 콘텐츠를 읽고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대중 기반 모델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커뮤니티를 창출하고 사용자들 사이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 커뮤니티를 대중으로 바라본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허핑턴포스트>의 성장은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사회적 역동성과 검색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트래픽을 이용할 수 있었던 능력 덕이 큽니다. 예전에는 뉴스가 사람들을 ‘중요한 것’ 앞으로 데리고 왔다면, 이제는 당신이 ‘중요한 것’을 사람들 앞에 데리고 와야만 합니다. 유통 흐름이 갑자기 바뀐 거죠. 이는 곧 포털 사이트의 사망을 뜻하고요.”
흔히들 그런 사이트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수많은 블로거를 포함해 누구나 콘텐츠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성장의 비밀은 콘텐츠 제작이 아니라 공유에 있다. 당신이 콘텐츠를 공유하면 긍정적인 연결 관계 또는 연쇄 고리가 생성되면서 사람들에게 기여하고 싶은 마음을 부추기게 된다. 그런 마음이 사라진다면 대중 역시 곧 사라져버릴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여가 미항공우주국의 실험처럼 좋은 일에 도움이 된다거나 혹은 자신의 존재나 재능을 누군가 알아줄 거라 믿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중에 의해 생성되는 뉴스 보도는 ‘시의회 회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에게 말해줘’라며 마치 사람들에게 숙제를 내주는 느낌을 주죠. 그러면 사람들은 자신이 기여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내준 숙제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말지요. 그런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공유화 과정에서 희생이라는 대가가 따르기도 한다. 하지만 연결 관계를 희생하며 기여 부분에만 집중하는 행위는 크라우드소싱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첫 번째 실수다. 두 번째 실수는 좀더 기본적인 것으로, 대중에게 ‘개방’하기만 하면 그들이 무조건 콘텐츠를 생성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성공한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연구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프로젝트의 성공을 이끈 실제적인 요인을 알고 싶다면 실패한 경우 역시 살펴봐야 한다.
“선택편향이라는 유사한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과 용기를 부여한다거나 데이터 중심적 사고방식을 지녔다는 말은 성공한 리더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라고 한다. 하지만 연구해보면 실패한 리더들에게서도 이런 특징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유사한 프로젝트들이 실패를 맛본 분야에서 위키피디아는 어떻게 성공을 거둔 것일까?
1. 흔히들 위키피디아가 백과사전을 대체하기 위해 애쓴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들이 실패한 프로젝트 설립자들과 달리 간절히 원했던 것은 백과사전을 ‘다시’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목표에 대해서 그리고 그 목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중립적일 것, 중요한 주제만 다룰 것, 독자 연구를 금지할 것, 모든 것은 출처를 밝힐 것 등의 원칙을 세웠다. 그에 비해 다른 프로젝트들은 다소 광범위했고 따라서 덜 명확했다.
‘Everything2’ 프로젝트는 유연한 웹 데이터베이스로서 ‘아이디어를 저장하고 연결하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목표였다.
“‘모든 것’이 뭡니까?”
“모든 것은 당신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그것은 어떤 제약도 두지 않고 열린 사고를 지니고 있으며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다른 프로젝트의 참여자는 ‘모든 것’이 허구적인 자료까지 포함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 결과 프로젝트 설립자의 지적대로 사전에는 ‘쓰레기가 가득했다’. 역설적이게도, 위키피디아는 목표를 제한된 범위로 설정하고, 그것을 유지함으로써 더 많은 참여자를 끌어들였다.
2. 쉽게 만들어야 한다. 다른 프로젝트와 달리 위키피디아에서는 편집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때문에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었다.
“누구나 지나가다 편집하고 떠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다른 프로젝트는 모두 참여를 가로막는 많은 ‘장벽들’을 세워놓고 있었다. 물론 참여하기 쉽게 만들면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잡동사니 자료가 쌓이거나 자료가 훼손되거나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3. 유용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내는 메커니즘이 있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참여의 문이 열려 있었기 때문에 위키피디아는 갈등을 해소하고 훼손을 방지하고 적절치 않은 글을 제거할 방법이 필요했다. 그 메커니즘은 위키피디아가 누구를 끌어오고 싶은지,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여기에는 세심한 균형 관리가 필요하다. 기준을 낮추면 훼손과 갈등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준을 너무 높여 계정, 등록, 초대 등 요구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다른 프로젝트들도 경험했듯이 소중한 참여자들을 쫓아내는 꼴이 될 것이다. 위키피디아는 초기에 세웠던 기준이 낳은 특정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조정을 거치면서 점차적으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낸 경우다. 위키피디아는 글에 대해 어느 한 사람의 독점적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만약 콘텐츠 내용을 두고 분쟁, 즉 ‘편집 전쟁’이 벌어지면 관리자들(이전 기여도에 따라 자격을 부여했다)이 개입했다.
어느 신문사에 위아래 직급도 없고 편집을 위한 선발 과정도 없을 뿐 아니라, 기고된 글을 걸러내는 장치도 없다고 생각해보라. 게다가 기고된 글이 자동적으로 활자로 찍혀 나온다고 가정해보면 어떤가? 실수가 넘쳐나는 글, 방해꾼들에 의해 파괴되는 기업, 갈등이 난무하는 환경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에 올라온 내용 중에도 실수로 인한 오류가 있다. 하지만 전체 위키피디아를 훼손시킬 만큼 실수가 만연하지 않다는 사실이 대단한 것이다. 어떻게든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간다.
위키피디아를 대중의 기적으로 보아 넘기기 쉽다. 훼손하려는 자들이 스스로를 억제하고, 선이 악을 몰아내고, 집단의 관심이 개인적 관심을 능가하는, 뭐 그런 곳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위키피디아는 기준과 규칙을 둘러싼 복잡한 시스템,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생겨난 알고리즘 때문에 돌아간다. 위키피디아의 기준은 전통적인 콘텐츠 기업의 기준과 별다르지 않다. 하지만 일부 몇 사람에게 판단할 권리를 부여하는 대신 어떤 편집자도 거부권을 지니지 않으며 어느 누구도 조직의 꼭대기에 앉지 않았다. 집단에 의해 기준이 형성되고 다듬어졌다.
위키피디아의 이야기는 온라인 토론 포럼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왜 실패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될 수 있다. 온라인 토론 포럼에서 코멘트를 개방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사람들의 입장을 허용하거나 그들의 부적절한 논평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 토론 자체에 문제가 생긴다.
“유튜브 댓글을 보면 다른 사람들을 상처주기 위해 쓰여진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는 부정적 연결이죠."
문제는 기업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감시하도록 하라. 커뮤니티 기준을 명확히 밝혀라. 익명성 대신 유효한 신원을 밝히도록 하라. 나쁜 행동을 찾아내고 멈출 수 있는 기술을 받아들여라. 노력과 돈을 들여 정화하라.
사실 이런 방법은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웹사이트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화 노력에서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정화가 개방에 위배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유람선을 운영하는 기업은 구명 장비를 구입해야 하고, 술을 판매하는 기업은 술이 청소년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당신의 웹사이트에 멍청하고 나쁜 놈들이 득실거린다면, 그건 당신 잘못이다."
"기업이 활용하는 측정지표도 실패 원인이다. 기업들은 오랫동안 게시글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만 따져 성공의 척도로 삼았다. 그 방법은 쉽긴 하지만 이 수치는 실제로 사이트에 참여하는 사람들보다 사이트를 방문한 사람들의 수와 관련된 수치다. 이는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최악의 방법이다. 사람들이 한 번 방문하고 마는 커뮤니티 센터를 상상해보라. 좋은 게시글들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단지 기업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뿐이다."
대중을 정확히 파악한 말이다. ‘개방’이 전부가 아니다.
“예전부터 사람들에게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는 유토피아적 믿음이 존재했습니다. 책임자도 따로 없고 모든 것이 받아들여지는 그런 세상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세상은 필연적으로 상황이 점점 악화되다가 한계점에 다다를 수밖에 없죠.”
달리 표현하면 대중은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여느 조직의 기여자들처럼 대중에게도 선택과 유인 그리고 큐레이션, 즉 양질의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선별・조합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재창출하는 행위가 요구된다.
인터피디아는 백과사전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함께 일하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각각의 콘텐츠가 한 사람에 의해 생성되도록 만들어졌다. 반면에 위키피디아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글을 편집하도록 만들었다. 사람들에게 콘텐츠를 생성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사람들이 하는 일을 연결시킬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 이것이 작지만 중요한 차이였다.
<허핑턴포스트>를 비롯한 유사 사이트들의 힘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기여를 공유하는 데서 나온다. 위키피디아가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단지 누구나 기여에 참여할 수 있어서가 아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기여를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고, 그러면서도 콘텐츠의 왜곡이나 훼손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미항공우주국의 사례처럼 대중을 기반으로 하는 실험들이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단지 누구나 기여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올바른 기여만 선택하도록 디자인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경우든 진정한 힘은 대중을 콘텐츠 생성에 활용하는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진정한 힘은 연결 관계를 최적화하는 데서 온다.
대중을 콘텐츠 생성을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이 역시 콘텐츠 함정에 빠지는 길이다. 당신이 열어놓기만 하면 사람들이 찾아올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콘텐츠가 마구 생성될 거라는 생각도 오산이다. 올바른 기여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여자들이 연결하고 공유하게끔 유도해야 한다. 긍정적인 의견이 오고가는 연결 관계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대중의 참여를 콘텐츠 생산을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올바른 방안을 확립하지 않으면 똑같은 함정에 빠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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