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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콘텐츠의 미래 : 고정비라는 불씨를 관리해 번지는 산불을 막자 (Feat. 월마트와 아마존의 공통점)책/경제경영 2020. 11. 19. 10:26
'콘텐츠의 미래' 여덟 번째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책 한 권의 가치가 10달러 정도가 된다면, 제 생각에는 이 사업도 끝입니다.”
출판사들은 이미 이윤이 줄어드는 상황을 견뎌내고 있었다. 그런데 도서 가격이 50퍼센트나 떨어지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단 말인가? 이런 두려움과 달리, 사실 9.99달러짜리 전자책만 있는 세상이 와도 출판사들은 무사할 수 있다. 만약 종이책이 사라진다면 그에 따른 많은 비용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그렇다면 디지털 콘텐츠가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에 불러올 거라던 대재앙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 많은 출판사들이 디지털이란 단어만 들려도 겁에 질려 움찔댔던 이유는 뭐란 말인가?
모든 것이 디지털로 변한 세상을 출판사들이 예상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그런 세상을 원치 않았기 때문은 아니다. 그보다는 거의 모든 콘텐츠 비즈니스가 공통적으로 지닌 특성, 콘텐츠 제조와 유통의 고정비용에 그 답이 있다.
인쇄와 전자가 혼합된 세상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인쇄 부분의 고정비는 꿈쩍도 하지 않는데 판매수량은 70퍼센트로 줄어드니 고역이다. 그 결과 종이책 판매가 조금만 줄어들어도 이익의 급격한 추락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e북은 종이책의 이익에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e북은 고정비를 희생해서 탄생한 것이고, e북 판매가 성장한다고 그에 맞춰 종이책 생산 인프라를 비율적으로 줄여갈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디지털 기술이 힘겨운 상대로 느껴지는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 중 하나다. 디지털 제품에 의한 전통 제품의 자기잠식, 신기술 수용을 거부하는 기존 관리자들의 안일함, 디지털 세상에서 콘텐츠 수익 창출의 악화. 그러나 이런 요인들은 힘차게 디지털 여정에 나서려는 기업들에게도, 이전부터 종이책을 출판하던 출판사들에게도 그다지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출판사들이 속앓이를 하는 진짜 이유는 고정비 때문이다.
문제는 디지털 발전이 아니라 고정비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고정비는 사용자들을 ‘연결’한다. 고정비가 높은 사업에서는 어느 고객 한 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얻는 이익이 다른 모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얻는 이익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이는 당신이 끌어들인 혹은 놓친 고객 한 명 한 명을 별개로 볼 수 없다는 말이고, 그 고객 한 명이 다른 고객들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고정비는 그동안 우리가 보았던 여느 사용자 관계와는 다른 사용자 연결 관계를 만들어낸다. 고정비와 관련해서 발생하는 사용자 연결 관계는 사업의 비용 구조와 관련이 있다. 그것은 고객의 선호도, 가격, 행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렇다고 관리에 소홀해도 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이는 신문사나 출판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정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다른 산업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효율적인 고정비 관리가 주는 교훈
월마트의 전략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도시가 아닌 지방에 먼저 자리를 잡기로 한 결정, 점포들을 상대적으로(경쟁사보다 훨씬 더)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운영하도록 한 결정, 1990년대 초반 식료품 사업에 진입하기로 한 결정, 경쟁사보다 광고를 덜 하기로 한 결정 등이다.
얼핏 보면 그 어떤 결정도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지방에 점포를 열면 고객이 적어진다. 가까운 거리에 모여 있으면 서로 손님을 빼앗아간다. 게다가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먹히는 치열한 경쟁에 쥐꼬리만 한 이윤을 남기는 곳이 슈퍼마켓 사업인데 식료품 사업에 뛰어들어봐야 수익만 줄어들 것 아닌가. 하지만 이 결정들을 고정비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다른 측면이 보인다. 흔히들 월마트가 매출원가를 낮춤으로써, 즉 공급업자들에게 단 돈 몇 푼이라도 덜 지불해서 이익을 남기는 줄 알고 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매출원가를 통해 성공을 이어가긴 힘들다. 월마트가 거둔 성공의 비밀은 매우 효율적인 방법으로 고정비를 관리하는 능력에 있다.
1. 지방에 매장을 오픈하면 사람들을 끌어들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끌어들이기가 어렵기 때문에 경쟁자가 몰려들지 않는다.
2. 매장들을 가까운 거리에 모아두면 기업은 고정으로 나가는 창고비용을 가까운 매장들로 분산시킬 수 있다.
3. 고객들은 식료품을 사러 매장에 더 자주 올 것이고, 일단 오면 다른 상품을 구입할 수도 있으므로 매장은 손익분기점을 낮추게 된다.
4. 광고를 줄이면 고객도 줄어들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월마트는 상품을 대량으로 쥐고 있지 않아서 할인 행사를 위해 크게 광고할 이유가 없다.
온라인 구매에는 단점도 존재한다. 구매한 제품을 받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거대한 고정비를 투자의 개념으로 운용했다. 물류센터를 짓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어갔지만 그만큼 시장을 확장하기에 유리하다는 뜻이다. 2002년 아마존은 다른 상인들도 수수료를 내고 아마존의 웹사이트와 주문이행물류센터를 통해 물건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마켓플레이스라는 새로운 기능을 발표했다.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매장 결집을 시작했다. 아마존 제품 판매에 해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더 늘어난 제품 판매량을 통해 고정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혜택에 주목한 것이다.
월마트와 아마존은 서로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고정비 관리 측면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두 기업은 더 많은 제품과 더 많은 상점을 통해서 고정비 부담을 줄여나간다. 그리고 고정비 부담을 낮추면서 새로운 이익의 흐름을 찾아낸다. 이 원칙은 오늘날 위축되어 있는 대부분의 콘텐츠 비즈니스 시장에도 적용된다. 자연스럽게, 거의 반사적으로 비용 절감(종종 해고와 유사한 뜻으로 사용된다)이라는 방식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몇몇 미디어 기업은 이런 전형적인 방식에 의존하지 않고 특이하면서도 훨씬 더 효율적인 전략을 취했다.
타사와 고정비를 공유하는 전략
펭귄랜덤하우스는 다른 길을 택했다. 고정비를 가변화하기보다 인쇄에 투자를 거듭하면서 고정비를 늘리는 방식을 밀고나갔다. 도대체 왜?
“종이책이 사업의 8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을 피하기만 하는 것은 위험했기 때문이었죠. 디지털 성장이 수평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료에 분명히 나타납니다. 종이책이 다시 살아난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죠.”
펭귄랜덤하우스는 좋은 책을 만들고 적절한 타이밍에 서점에 배달하는 방식이 우리 곁에서 그렇게 금방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건 서비스 수준만 높아지는 게 아닙니다. 재고가 예전보다 적어지고 반환되는 책도 줄어들고 책 배달 시간도 빨라지니까 이익이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또 이 정도 관리 능력이 있는 출판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시장점유율을 더 높일 수 있게 되지요. 시장이 하락세로 들어서면 경영진은 반사적으로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유형 자산을 어떻게 처리하지? 비용을 어떻게 처리하지? 이 문제를 어떻게 잠재우지? 그런데 우리는 완전히 반대로 간 거죠. 모두가 '네'라고 할 때 우리는 '아니요'라고 한 겁니다. 우리가 다른 출판사들의 아웃소싱 파트너가 되기로 한 겁니다."
펭권랜덤하우스의 ‘인소싱’은 아마존의 마켓플레이스와 주문이행물류센터 전략의 복사판이다.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고정비에 집중 투자한다. 그다음 고정비를 자사의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업자들의 사업에까지 골고루 분산해 부담을 줄여간다. 그들이 콘텐츠 연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비용을 줄일 수 없다면 새로운 수익을 찾아라
프로그램 제작은 복잡했다. 거의 2년의 제작 기간을 거친 후에야 방송할 수 있었다. 비용도 많이 들었다. 제작 기간도 길었던 데다 아미르 칸의 출연료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수익은 어떻게 창출했을까?
"우리 방송사가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자는 결정을 내린 것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는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한 푼도 주지 않아도 좋다고 했죠. '우리가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겠다. 하지만 광고료는 반반씩 나누자'고 했습니다."
영역 확장, 샘플링, 공동 마케팅 전략은 고정 생산 비용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이다. 비용을 줄일 수 없다면 이익을 늘려라. 간단하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공식이다. 그보다도 더 전에 시작된 ‘창구화’ 전략도 있다. 시차를 두고 차례로 배급하면 똑같은 고정비로 다양하게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기술은 1차적인 방송 행태를 분해하고 있고, 이런 현상은 점점 더 많이 발생할 것입니다. 이런 움직임에 대비하기 위해 고정비를 관리하고 시청자 층을 넓히는 등의 대처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사업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일반적 통념에 의문을 품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계획된 언론, 고정비를 줄이고 퀄리티를 높이다
잡지와 달리, 일간신문은 뉴스 속보를 다뤄야 한다. 뉴스 속보는 마감 전쟁을 의미한다. 막판까지 거듭되는 혼란과 다급한 기사 작성을 뜻한다. 이것도 비용을 증가시킨다. 콘텐츠를 제 시간에 완성하기 위해서는 막판에 뉴스룸의 자원을 충분히 높은 상태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최대 부하의 문제점(peak-load problem)’이라 한다. (최대 부하의 문제점은 전기 수급에서 흔히 일어나는데, 하루 또는 한 달 중 특정 시간 동안 예측하기 힘들 정도의 상당한 수요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그 이후로 뉴스 생산에서 소위 ‘계획된 언론’으로 접근방식의 방향을 틀었다. 계획된 언론의 핵심은 취재와 편집을 분리해 각기 다른 속도로, 한쪽은 빠르게 다른 한쪽은 느리게 일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이 방식은 기자의 수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과물을 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마치 창고비용을 군집한 매장들로 분산하는 월마트의 전략을 연상시킨다.
“적시생산방식(just-in-time)을 하면 실수가 많아지고 디자인도 안 좋아지고 유연성도 떨어지고 편집권한도 약화되고 비용도 많이 들고 직원들도 늦게까지 일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기사는 여전히 오래된 거고요. 하지만 반대로 미리 계획하면 시간에 여유가 생겨서 퀄리티가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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