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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 콘텐츠의 미래 : 텐센트는 어떻게 IM으로 천억 달러를 창출했을까?
    책/경제경영 2020. 11. 20. 11:23

    '콘텐츠의 미래' 아홉 번째





    "그리고 우리의 모든 답사가 끝나면, 처음 출발했던 곳에 도착하게 될 거야. 그리고 처음으로 그곳에 대해 알게 되겠지."


     네트워크 효과의 이용이나 가격차별화의 이해, 고정비 관리 또는 사용자 콘텐츠를 위한 플랫폼 제작 중 어느 하나만으로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 이 모두가 답이다. 텐센트의 모든 전략은 그 어떤 기업보다도 사용자 연결 관계에 중심이 맞춰져 있다.    


     IM은 가장 간단한 형태의 미디어 제품이다.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제공하고(메시지), 기업은 단지 사용자들이 의사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만 제공한다. 이 일은 시작하기 쉽고 일단 사용자들이 생기면 확장하기도 쉽다. 이는 IM 사업이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지니기 때문이다.


     IM의 문제점은 본질적으로 무료 제품이라는 데 있다. 사용자들이 공짜 사용에 익숙해질수록 돈을 받고 상품화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텐센트는 그 부분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사용자들에게 개인 식별번호를 준 다음 거기에 요금을 부과했다. 물론 처음부터 노림수가 있었던 건 아니다.

    심리학자와 사회학자는 관계에 있어서 신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우리 모두에게는 개인적(자아상, 존중심, 개성) 신분도 있고, 사회적(다른 사람과 비교되는 자신의 위치 반영) 신분도 있다. 일상의 많은 부분, 예를 들어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차를 구매하고 옷을 입는 행동은 개인적인 요소와 사회적인 요소를 모두 지니고 있다. 이런 행동들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거나 자아상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입는 옷, 먹는 음식, 읽는 책, 듣는 음악 등을 통해 관계적 정체성(relational identity)을 드러낸다.


     모두들 인터넷의 큰 장점은 익명성이라 생각했다. 사용자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도 다른 이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의견을 개진하고 불만사항을 드러내고 풀뿌리운동의 씨앗을 뿌릴 수 있었던 것은 익명성 덕분에 보복이나 징벌의 두려움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인간 사이의 의사소통과 소셜 웹이 성장하면서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했다. 실제 세상에서 중요했던 관계적 정체성이 온라인에도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텐센트는 기가 막히게도 이 사실을 일찍이 깨달았다. 사용자들은 텐센트의 IM 플랫폼으로 몰려들면서 수백만 명의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차별화하고 싶어했다. 한 사용자가 다른 사람보다 돋보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텐센트는 더욱더 많은 옵션을 제공했다. 텐센트가 보여준 것은 가장 간단하고 강력한 형태의 가격차별화였다.


     신호의 힘은 그것이 신분, 능력 또는 개인의 자질, 행동 등 어떤 것이라도 신호 그 자체에 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 힘은 다른 사람들이 똑같은 신호를 사용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는 사실 또는 희생이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에서 나온다고 했다. 따라서 스마트한 학생들은 대학 졸업장이라는 신호를 통해 자신의 지능을 알린다. 교육을 통해 특별한 지식을 전수받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필요한 공부를 열심히 하는 행위에 차별성을 제공할 만큼 충분히 많은 비용과 희생이 들어갔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다. 기업은 광고라는 신호를 통해 자사의 성공을 드러낸다. 광고가 반드시 효과가 있어서가 아니라 성공에 이르지 못한 기업은 광고를 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텐센트는 가상 제품이 강력한 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즉 값비싼 구찌 가방을 가상으로 구매하는 행위가 실제로 구매하는 행위와 비슷한 신호 효과(signaling effect)를 선사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하고 직관적인 깨달음을 통해 텐센트는 자사 비즈니스에 대한 인식을 재정비했다. 그리고 사용자 연결 관계를 비즈니스의 기회로 보았다. 이제 텐센트는 더 이상 커뮤니케이션 플랫폼만을 제공하는 기업이 아니었다. 텐센트 사업의 핵심은 정체성 판매로 변했다.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로 


     텐센트는 자사의 서비스들을 효과적으로 결합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한 제품에서 형성된 네트워크 효과의 강점을 다른 제품에도 적용시켰다. 텐센트는 승자독식의 시장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사실상 텐센트는 자신의 강점을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로 이동시켰다.


     텐센트는 이런 강점을 수익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다시 한 번 가격차별화로 눈을 돌렸다. 이는 디즈니월드의 패스트패스(FastPass)와 비슷하면서도 그보다 나은 기능이라 할 수 있다. 텐센트 게임의 가상 검은 공짜는 아니지만, 대신에 게임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부정적인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이때 사용하는 화폐가 텐센트 플랫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Q 코인이었다. 사용자들은 게임을 더 오래 하거나 더 잘하면 Q 코인을 받을 수 있었다. 사용자들이 돈을 시간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면서 다시 한 번 새로운 가격차별화 방식을 구사한 것이다. Q 코인의 특징 중 하나는 실제 화폐와 교환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단 Q 코인을 구입한 후에는 위안화로 바꿀 수 없다. 왜 이렇게 이상한 규칙을 만들었을까? 


     연결 관계의 힘은 관계를 맺는 것뿐만 아니라 소유하는 데서도 나온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라. 일단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나면 자신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싶어진다. 사용자가 진짜 화폐로 교환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순간 당신은 그 돈의 사용처와 사용 시기에 대해 아무런 권한도 지닐 수 없게 된다. 가상 화폐를 발행하면서, 텐센트는 사용자들의 지갑을 여는 방법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을 자사의 플랫폼에 잡아두는 방법까지 찾아낸 것이다.


     어떤 제품이든 간에 성공의 열쇠는 이러한 특징들이 다른 제품들과 얼마나 쉽게 연결되느냐에 달려 있었다. 2013년 텐센트 수익 중 90퍼센트 이상이 사용자에게 직접 부과하는 요금에서 나왔다. 광고에서 거두는 수익은 10퍼센트에 불과했다. 이는 거의 정반대 상황을 보이는 페이스북과 비교하면 확실히 다른 점이다. 그리고 수익 구성에서 보이는 확연한 차이점은 경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페이스북은 창의적인 광고를 발굴해내기 위해 애쓰다가 종종 사용자들의 짜증을 유발했다. 텐센트는 이런 갈등을 거의 겪지 않았다. 광고에 의존하는 기업은 사용자와 광고주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정적 연결 관계를 줄이고 관리하느라 늘 신경을 써야 한다. 반면에 텐센트의 사업 모델은 기업이 긍정적인 연결 관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다음 목적지는 어디인가


     10여 년에 걸쳐 사업 확장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텐센트가 전략을 세울 때마다 놓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사용자들 사이의 연결 관계,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전략의 핵심요소다. 텐센트는 이 간단한 아이디어로 재무장하고 성가신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2011년 3월 새로운 프로젝트, 나중에 위챗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웨이신(Weixin)을 내놓는다. 텐센트는 통신사가 QQ의 단문 메시지 사용 요금으로 사용자들에게서 얻는 수익의 40퍼센트를 받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무료 문자 메시지 제품인 웨이신이 등장하자 QQ 모바일의 매출 흐름이 위협받기 시작한 것이다. 전형적인 제 살 깎아먹기 현상이었다.


    "모바일 사용시에는 항상 온라인 상태라고 보는 게 맞겠죠. 그래서 앱을 빨리 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매번 로그인할 필요도 없고 패스워드도 필요 없는 방법을 말이죠. 모바일 기기 사용자들은 10초 이상 기다리질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과정에서 지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어요."


    “모멘트를 사용해서 사진을 올리고 친구의 사진에 댓글을 달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나 댓글을 볼 수는 없습니다. 댓글을 받은 친구만 볼 수가 있죠. 이런 것이 바로 위챗이 웨이보나 페이스북과 구별되는 중요한 차이점입니다. 사용자들은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니까요.”


     위챗의 본질, 그리고 연결 관계를 맺는 제품 개발에 따르는 원칙 중 주목할 점은 여러 특징들이 구체적으로 세 가지 사용자 요구 사항에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에서 나오는 요구, 당신이 주는 피드백과 친구들이 주는 피드백에서 나오는 요구, 다른 사람과의 상호교류를 통해 얻는 존재감에서 나오는 요구였다. 한 번 성공을 거둔 기업은 다음의 세 가지 중 한 가지 길로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1. 새로운 시장에서 네트워크 효과를 구현해줄 다음 번 ‘대작’을 만들어내는 일에 집착하는 길이다. 

    2. 첫 번째 성공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희망을 품고, 기업의 방향을 사용자 경험에서 광고 수익으로 변경하는 길이다.

    3. 애초에 자사의 성공신화를 창조해주었던 사용자 행동에 대해 품었던 깊은 이해심을 잃어버리는 길이다.


     텐센트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변화를 도입하고 나서, 신제품에 기존의 사용자 연결 관계를 완벽하게 활용했다. 텐센트는 수익이 발생하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광고에 의존하지 않았다. 그보다 연결 관계에서 얻는 가치를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지불하는 사용자들을 확보하려 애썼다. 그런 다음 연결 관계의 심리 작용에 대한 이해를 더욱 새롭게 다졌다. 이 일들을 반복해서 하고 또 했다. 텐센트는 진정한 연결 관계의 관리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연결을 창출하는 법 : 나무가 아닌 숲을 보고, 산이 아닌 산맥의 흐름을 보아라


     제품, 품질, 하이퍼타기팅(hypertargeting; 기업이 사용자를 나이, 성별 등 특정 기준으로 구분하고 그에 따라 구체적인 광고를 내보내는 일), 개인화(personalization)는 오늘날 디지털 기업의 성공을 위한 처방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어쩌면 이런 처방전 때문에 그리도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변환을 힘들어하고 진정한 위협이 무엇인지 잘못 진단해 성공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처방전은 종종 기업이 고객 하나하나에게 집중하도록 만듦으로써 잘못된 길로 인도한다. 여러 고객을 하나의 대상으로 관리할 때 발생하는 연결 관계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때문에 기업들은 네트워크가 승리를 거두고 있는데도 여전히 허브앤드스포크(hub-and-spoke; 모든 것이 중심 거점을 통해 움직이도록 하는 방법) 마케팅이 우세하다고 믿게 된다.


     또 이런 처방은 더 좋고 더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가 고객들을 끌고 가는 바람에 전통적인 미디어가 위협을 받는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고정비라는 주범이 엄연히 있는데도 말이다.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콘텐츠 함정으로 인도한다. 사용자 연결 관계는 여러 다른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네트워크 효과(PC 전쟁과 안내 광고), 선호도 연결 관계(인쇄–디지털 사용 또는 브로드밴드–케이블 시청) 또는 고정비(대부분의 콘텐츠 비즈니스)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연결 관계를 알아내고 그 연결 관계를 최대한 잘 활용하면 당신은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전제 조건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 연결 관계는 그냥 두면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 조직이 사용자가 아닌 제품에 중점을 두려 하는 함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신문의 가치는 뉴스에 있다고 생각했다. 케이블의 가치는 채널에, PC의 가치는 기기 사용의 편리성에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정한 가치는 안내 광고에, 케이블 파이프에, 그리고 상호운영성(interoperability)에 있었다.

    2. 개인 사용자들을 그 사이의 연결 관계가 아닌 분석 단위로 보려 하는 함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 두 번째 함정은 표면상 사용자 중심적인 혹은 사용자 중심을 표방하는 조직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더욱 찾아내기가 힘들다.    


     고객들 한 명 한 명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거나 그들을 위해 생산하는 콘텐츠에 주력한다면 당신은 결코 성공의 비밀을 풀지 못할 것이다. 성공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성공은 연결을 만들어내는 데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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