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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 콘텐츠의 미래 : 디지털 거인들의 전쟁에서 깨달은 보완재의 교훈
    책/경제경영 2020. 11. 25. 10:15

    '콘텐츠의 미래' 열한 번째






    교훈1 : 비전을 좁히지 말고 넓혀라


     많은 기업의 관리자들은 왜 보완재를 간과하는 것일까? 콘서트와 CD, 음원과 MP3 플레이어처럼 자사의 핵심 제품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분야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서도 왜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일까? 녹음실이 성장하는 콘서트 비즈니스에 대한 권리 주장의 기회를 날려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또는 선발주자로서 먼저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던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가 어떻게 승리의 문턱에서 발목을 잡히게 된 걸까?


     가장 큰 이유를 대자면, 오랫동안 우리가 그들에게 그런 기회를 무시하라고 얘기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 경영 세계에서는 ‘집중’과 ‘핵심 역량’을 찬양했다. 그러고는 기업 관리자들에게 “당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하라”고,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은 피하라”고, “더 나은 핵심 제품을 만들어서 높은 가격을 책정하라”고 충고했다. 그 어디에도 보완재가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이런 조언은 자신의 사업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매우 적절한 처방이 된다. 하지만 업계 전체가 위협에 처한 시점에서는 이런 처방이 사업을 바라보는 시야를 좁히고 그 경계를 제한적으로 규정하는 원인이 된다.


     타이어 제조업체가 레스토랑 가이드를 제공하더니 이 책자가 유명세를 타면서 결국에는 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타이어 제조 기술을 음식 평가에 적용했다는 게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알게 된 고객들이 먼 곳에 있는 음식점이라 해도 차를 타고 달려가도록 자극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보완재는 종종 혁신적인 제품의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는 역할도 한다. 킨들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전자독서(e-reading)의 기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전자구매(e-purchasing), 즉 무선 접속을 용이하게 한 보완재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이건 기기가 아닙니다. 서비스입니다”


     제품이나 사업의 경계를 너무 좁은 범위로 한정짓지 않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들이 제품을 구입했을 때 제품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드는지만 물어보지 말고 어떤 보완재가 있으면 유용할 것 같은지도 물어보라. 성장과 혁신은 더 나은 콘텐츠 제공이 아니라 더 좋고 더 싼 보완재에서 올 때가 종종 있다. 제품 간 연결 관계에서 성장과 혁신이 생겨난다는 말이다.


     출시 당시, 아이폰은 몇 가지 특징을 지닌 휴대전화일 뿐이었다. 지도, 증권 시세, 날씨, 아이팟 계산기, 메일, 카메라 등을 포함해서 아홉 가지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앱들은 아이폰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애플 제품은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터치하는 동작만으로 앱들의 실행이 가능했기에 사용이 매우 편하고 쉬웠다. 애플이 하드웨어에서의 혁신을 다시 한 번 성공으로 이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아이폰 출시 후 1년 남짓 돼서 발표된 소비자 연구조사 결과가 사뭇 색다르고 흥미로웠다. 통화 서비스나 제품 디자인 자체가 아이폰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킨 것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사람들은 앱에 관심을 보였다. 499달러라는 높은 가격과 앱 개발에 있어 폐쇄적인 플랫폼 환경 때문에, 애플 제품은 20년 전에 그랬듯이 이번에도 스티브 잡스에게 불행한 종말을 불러올 수도 있었다. 그래서 애플은 2008년 7월, 응용 소프트웨어 거래장터인 ‘앱스토어(App Store)’를 만들어내면서 동시에 아이폰의 가격을 내렸다. 기기의 주요 보완재 생산을 모두에게 개방한 것이다. 이런 행태는 애플의 초기 스마트폰 전략과 상반되는 움직임이었고, 개인용 PC인 맥을 내놓았을 때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교훈2 : 낮은 가격을 책정하되 어느 제품에 어떻게 적용할지 알아라


     보완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것이 보완재가 될 것인지를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그런 후 공급을 늘려야 위기를 피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보완재의 가격을 적절하게 책정해야 한다. 그런데 ‘적절하게’란 대체 얼마를 말하는 걸까?


     아이팟과 아이튠즈에 대한 애플의 가격 책정은 보완재 가격 책정을 위한 이론 중에서 가장 유명한 ‘면도기-면도날 모델(razor-razor blades model)’을 위반했다고도 할 수 있다. 가격을 책정할 때는 “내구성이 높은 제품은 가격을 싸게 책정하고 수익은 소모품에서 올린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애플은 이미 여러 제품에서 효과가 입증된 이 방식을 왜 뒤집었던 것일까? 애플의 결정은 수익을 나눌 때 테이블 반대편에 앉게 되는 협상 상대가 누구인지와 관계가 있었다. 음원 가격을 협상할 때 애플은 을의 입장이었고, 마주앉은 독점 기업은 힘 있는 갑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애플은 수십 명의 제품 제조업체와 협상에 임하므로 갑의 위치에서 가격을 결정할 능력이 있었다.


     ‘하드웨어는 낮게, 서비스는 높게’ 가격을 책정하라는 규칙은 면도기나 프린터처럼 한 기업이 하드웨어와 보완재를 모두 만드는 환경에서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애플의 경우는 그들과 달랐다. 두 가지를 다 만들지 않았으니까. 애플의 보완재 가격 책정에서 배울 수 있는 핵심은 이것이다. 다른 기업들이 따르는 일반적인 규칙이 아니라, 자신이 경쟁적 우위를 차지한 곳이 어디냐에 따라 가격을 달리 책정해야 한다.



    교훈3 : 사업 초기에는 자사만의 독점적 보완재를 만들고 지켜라


     99센트짜리 아이튠즈 음원 또는 공짜 해적 유통 음원 중 어떤 것이 아이팟 판매의 진정한 보완재로서 중요했을까? 아이튠즈는 아이팟 사용자들에게만 혜택을 준다. 페어플레이(FairPlay)라는 DRM 기술 덕분에 다른 MP3 플레이어로는 아이튠즈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해적 유통되는 음원은 모든 MP3 플레이어 제조사에게 도움을 주었다. 보완재는 좋은 것이다. 소유권이 있는 보완재는 더 좋다. 기업들이 제품수명주기(product life cycle)의 초기 단계에서 수요와 경쟁이 흘러가는 경로가 확실하지 않을 때, 자사에만 유리한 독점적 보완재를 만들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비독점적(nonexclusive) 보완재가 당신 사업에 피해를 준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당신뿐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하다. 왜 애플은 소유권이 있는 보완재에서 손을 뗀 것일까? 잡스가 ‘개방형 생태계(open ecosystem)’ 찬양론자라 그런 것이 아니다. 아이튠즈가 록인(lock-in) 현상을 만들어낼 만큼, 즉 소비자가 다른 제품으로 도망가지 않게 계속 붙잡아둘 만큼 강력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마존도 이런 논리에 따라 킨들 출시 후 재빨리 전략을 변경했다. 아마존은 성공하기만 하면 전자책과 하드웨어 시장을 모두 석권할 수 있다는 야망 속에서 두 사업의 독점권을 모두 지키려 했다. 하지만 1년도 안 돼 경로를 수정하며 다른 형태의 전자책에게도 킨들을 개방했다. 더 이상 초기 전략을 유지할 수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


     기업들이 앱을 둘러싸고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사용자들에게 앱의 총 개수가 중요한 역할을 해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앱에 대한 독점권이다. 당신의 플랫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끝내주는 앱을 만드는 순간, 당신 라이벌에게는 악몽이 시작되는 것이다. 때문에 제품 개발자(애플) 입장에서는 끝내주는 보완재 제공자(구글)와의 협상이 악몽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교훈4 : 가치 창출의 기회를 관리하려면 적과 친구를 제대로 구분하라

     고객을 위한 가치 창출에 있어 보완재는 훌륭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가치를 잡아두려 한다면 언제나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떤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지는 물론이고, 그 비즈니스가 다른 비즈니스의 보완재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아는 것이다.    


    “기업들은 핵심 전략에는 충분히 집중하면서 자사의 보완재 전략에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게 일반적인 비즈니스 행태입니다. 세계 최고의 주유 펌프가 있어도 그 서비스를 제공할 장소가 없다면 장소를 소유한 사람에게 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GM은 자동차 판매보다 계열금융사인 GMAC의 자동차 금융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철도기업들은 철로 자체보다 함께 사용되는 파이버(fiber)에 더 많은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10여 년 전에 깨달았고요.”

    1. 적을 친구라고 믿기

     월트디즈니 CEO가 애플 컴퓨터의 “찾아라, 섞어라, 구워라”라는 광고 문구가 소비자들에게 “이 컴퓨터를 사면 도둑질을 해도 좋다”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시작되었다. 이런 갈등 상황은 정치적 혹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기 쉽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보완재의 경제적 역할에 갈등의 진짜 원인이 숨어 있다. 한쪽의 이익은 다른 쪽의 희생에서 나오는 법이기 때문이다.

    2. 친구를 적이라고 믿기

     신문사가 겪는 고통의 원인으로 구글 같은 뉴스 취합 제공 웹사이트(news aggregator)를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웹사이트는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를 돈도 지불하지 않고 가져다가 다시 무료로 재분배한다. 그 결과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신문사 온라인 사이트가 아닌 뉴스 제공 웹사이트로 몰려들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한쪽의 희생으로 다른 쪽이 이득을 얻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에도 보완재 관계가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뉴스가 사라진다면 뉴스 제공 웹사이트는 독자들에게 아무런 가치도 제공하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뉴스 생산자와 뉴스 제공 웹사이트가 보완재 역할을 한다고 해도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있다. 이러다가는 뉴스 생산자 사이에 차이가 없어지고 결국 소모품으로 전락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자료가 보여주는 사실은 다르다. 놀랍게도 상위권에 있는 뉴스의 경우에는 많은 독자들이 뉴스의 출처를 확인하고 기사를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 미디어 없이는 구글도 힘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누가 친구이고 적인지 알아내기 위해 더 열심히 생각해야 한다. 콘텐츠 기업들은 실수를 통해 비싼 대가를 치러가며 보완재의 경제학에 관해 배워 나가고 있다. 각 기업마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다른 기업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나중에는 그 가치를 차지하려는 시도를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했다. 종종 도움을 요청했던 기업의 희생을 발판 삼기도 했다. 각 선택마다 핵심 사업의 가치를 키우기 위한 전략은 물론이고 보완재의 가격을 낮추려는 혹은 일상용품처럼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가 연관되어 있다.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가 아마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들의 미래는 자신이 무엇을 만드느냐뿐만 아니라 인접 상권에 존재하는 가치 창출 기회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지 않으면 보완재가 그들의 희생을 발판 삼아 그 가치를 잡아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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