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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 콘텐츠의 미래 : 위협의 진짜 원인을 알면, 숨겨진 금광이 보인다
    책/경제경영 2020. 11. 26. 10:22

    '콘텐츠의 미래' 열두 번째



    전통 제품 vs 디지털 제품


     기업들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보완재와 제품 연결 관계의 영향력을 알아채지 못하고 한 박자 느리게 움직인다. 그런데 굼떠서 늘 실수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정반대다. 너무 급하게 행동에 돌입해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음악 산업이 딱 그렇다. 음악 산업이 첫 번째로 범한 오류는 터널 비전(tunnel vission) 현상에 기인한다. 즉 음악의 미래가 CD를 보존하는 데 달려 있다는 믿음 때문에 주변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두 번째 오류는 원인과 결과의 혼동이다. CD 판매의 감소가 거의 전적으로 해적행위 때문이라고 믿었다. 해적행위는 틀림없는 주범이었다. 해적행위의 증가는 파일 공유의 증가와 거의 동시에 발생했으니까 말이다. 


    “매년 125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고, 7만 1,06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27억 달러의 근로자 소득이 날아갔다”


     하지만 2000년이 되자 경기가 후퇴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디지털 형태의 음악이 CD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음악 산업에서 ‘날아간 수익’을 계산하는 방법에도 문제가 있었다. 여기 불법으로 3,000곡을 다운받은 젊은이가 있다. 만약 저작권 보호가 강력하게 실행되었다면 그 젊은이는 3,000곡에 대한 비용을 다 지불하고 음악을 들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이 말의 요지는 해적행위가 모두 판매 이익의 손실과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CD 판매의 감소 추이를 이전에 발생했던 레코드판과 카세트테이프의 판매감소 추이와 비교해보면, 자연스러운 제품 교체 주기(product replacement cycle)를 맞아 새로운 포맷의 등장과 함께 각 제품이 대체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당신이 음악업계의 임원이라면 해적행위에 대항하기 위해서 유능한 변호사를 당장 고용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음악업계의 임원들은 실제로 그렇게 했다. 당신이 상원의원이라면 저작권 침해를 막을 수 있는 법안을 도입하자고 말할 것이다. 실제 상원의원들도 당신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CD 판매 감소 추이가 파일 공유 증가 추세와 그 시기가 일치한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는 음악 산업에 대한 진단을 내릴 수 없다. 원인과 결과를 분리해야만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그동안 잘못된 진단을 내린 이유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온 통계적 추측(statistical inference), 즉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텔레비전 시청이 비만의 원인일까, 아니면 비만인 아이들이 텔레비전 시청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는 걸까? 아시아인은 천부적으로 수학을 더 잘하는 것일까, 아니면 수학을 더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더 잘하는 것일까? 단순히 상관관계만 보면 두 변수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실제로는 아무 관계가 없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두 변수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혀내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접근방식은 둘 중 하나의 변수에만 영향을 끼치는 제3의 변수, 통계학 용어로 ‘도구 변수(instrumental variable)’를 찾아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악의 경우에도, 파일 공유를 증가시켰을 가능성이 있으면서 CD 감소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어떤 도구 변수가 있었을까? 만약 있었다면 그 변수의 변화와 그 변화가 CD 판매에 끼친 영향을 알아봄으로써 해적행위가 CD 판매에 끼친 ‘원인적 효과(causal effect)’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해적행위가 CD 판매에 끼친 원인적 효과에 대한 논의는 지난 10년 동안 학계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도구 변수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해적행위에 힘을 실어준다고 생각했던 가장 그럴듯한 요인들이 CD 판매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었다. 초고속 인터넷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불법으로 음원을 다운로드하는 시간을 줄여서 결과적으로 파일 공유를 가속화했으니까. 하지만 이 또한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의 선택권을 넓혔고 그것은 CD 판매가 감소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대학도 학생들에게 다운로드에 필요한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쳤으니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일을 언급하는 이유는, 연구가 저작권 침해와 CD 판매 사이의 인과관계를 정확히 짚어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일이 그만큼 힘들다는 사실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이 연구는 그동안 선입견만으로 논쟁을 벌이던 사람들에게 데이터로 객관적인 사실을 밝혀내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해주는 기회가 되었다.


     요즘 유료 텔레비전을 둘러싼 논란 또한 이와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의 30년 동안 성장을 거듭하던 케이블 방송 산업 관련자들은 이제 가입률 하락에 괴로워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범인을 확신하는 듯하다. 인터넷을 통해 낮은 가격에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 즉 오버더톱over-the-top(‘OTT’)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 주장을 믿는 케이블 사업자라면 어떻게든 넷플릭스를 잡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다. 엉뚱한 용의자를 지목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음악이나 신문과 마찬가지로, 케이블 방송 가입자 감소에 대해서도 그럴싸한 이유들이 많다. ‘페이스북 효과’ 때문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인터넷과 모바일 검색, 비디오게임까지 다양한 형태의 엔터테인먼트와 소셜 네트워크에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텔레비전 시청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페이스북 효과 때문이 아니라면 ‘코호트 효과(cohort effect; 같은 시기에 특정한 사건을 함께 겪은 사람들 사이에 내부적 동질성이 높아지는 현상)’ 때문일 수도 있다. 나이 어린 시청자 집단은 단말기와 비디오게임 속에서 자란 코드 네버(cord nevers)로서 한 번도 케이블이나 위성 TV에 가입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또는 ‘나이 효과’일 수도 있다. 젊은이들에게는 한 달 100달러에 이르는 가입료가 무리일 수도 있다. 물론 이 효과는 나이가 들면서 사라지겠지만 말이다. ‘빈곤 효과’도 가능성이 있다. 텔레비전 시청료 상승과 함께 2008년과 2009년 경기 침체 후 특히 저소득층 가정의 구매력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보완재 효과’는 어떤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같지만 서비스에서 차별화를 이룬 OTT가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이다. 서비스의 상대적 매력이란 설치, 수리, 검색 인터페이스, 콘텐츠 추천 면에서 용이하다는 뜻이다. 


     각각의 원인마다 케이블 TV 가입률 감소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가입률 감소라는 결과는 같지만 각각의 원인에 대처하는 전략은 달라야 한다. 근본 원인은 알아보지 않고 하락 사실만 보고 대응 방법을 강구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어쩌면 엉뚱한 대상에게 화살을 돌리는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으니까. 이제 우리는 사실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해적행위에 따른 저작권 침해가 CD 가격을 압박하면서 콘서트와 다른 보완재로 가치가 넘어가는 원인을 제공했다. 포맷의 변화가 CD에서 디지털로 수요 이동을 야기한 것도 분명하다. 그 외에 나머지는 모두 추측일 뿐이다. 음악 산업은 해적행위가 사라지면 CD 판매 감소 현상도 사라질 것이라는 희망 속에서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는 데 온 힘을 다했다. 이는 첫 번째 실수였다. 업계는 그 무엇보다도 CD 보존을 강조했다. 이는 두 번째 실수였다.



    위협에 대해 잘못 파악한 원인과 결과


     미디어 산업의 역사는 위협의 실체를 오인한 사례들로 가득하다. 모두 자신의 콘텐츠가 포위당해 공격받고 있다는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콘텐츠가 포위 공격을 받은 적은 거의 없다.


     1900년대 초반, 라디오 방송국은 처음으로 상업음악을 내보냈다. 무료 라디오는 분명 유료 음악을 위협하는 존재로 보였다. 향후 수십 년 동안 음반사의 레코드 판매량은 어떻게 되었을까?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늘어났다. 그 이유가 뭘까? 라디오 무료 청취가 앨범을 홍보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1984년에는 MTV가 등장했다. 파격적이고 멋진 비디오와 함께 음악을 무료로 감상하는 행위는 유료 음악을 위협하는 존재가 분명해 보였다. 향후 음반사의 레코드와 카세트테이프 판매는 줄어들기는커녕 실제로는 늘어났다. 그 이유는 뭘까? 뮤직 비디오가 음반을 엄청나게 홍보하는 마케팅 도구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1985년에는 VCR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짜 비디오 녹화와 영화 공유도 모자라서 광고까지 테이프 빨리 감기로 넘겨버리는 행위는 방송사와 홈 무비(home movie) 사업에 분명한 위협으로 비쳐졌다. 그런데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그 이후 수입이 놀라울 정도로 증가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VCR이 오히려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영화의 강력한 홍보 도구로 작용하면서, 제때 영화나 방송을 보지 못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영화사를 위한 새로운 수익 원천을 마련해주었기 때문이다.


     2002년 DVR(디지털 비디오 리코더) 티보(TiVo)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녹화할 수 있고 광고가 나오면 빠르게 감아 건너뛸 수도 있게 되었다. 광고를 보지 않고 빠르게 감아 건너뛰는 행위가 방송사의 광고 사업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했다. 정말 위협이 됐을까? 놀랍게도 주요 방송 네트워크의 광고 수입은 이후에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DVR 때문에 사람들이 광고를 덜 보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는 원래 광고를 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어차피 광고 시간에는 부엌이나 화장실로 가서 할 일을 했던 것이다. 결국 변한 것은 별로 없었다.


     2012년에는 NBC에서 처음으로 올림픽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보내는 실험을 했다. 실시간 방송은 텔레비전의 황금시간대 프로그램 시청자들을 빼앗아가고 방송사의 젖줄이나 다름없는 광고 수익을 악화시킬 것이므로 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런던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NBC 간부는 황금시간대 시청률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왜 그랬을까? 라이브 스트리밍이 선수들의 경기가 끝난 후 시청자들에게 더 많은 걸 보고 싶도록 흥미를 돋우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연결 관계 인식에 서투른 세 가지 이유       


     앞의 사례들에서 눈여겨볼 점은 기업 관리자들이 신기술의 위협을 과대 포장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새로운 기술 또는 제품은 기존 수익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심지어 수익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했다. 모두 처음에 생각했던 것만큼 위협적이지 않았거나 때로는 유용한 보완재 역할을 해주었다는 뜻이다. 우리는 연결 관계를 인지하는 일에 서투르다. 연결 관계를 깨닫는다 해도 종종 긍정적인 관계를 부정적인 관계로 오인한다. 아니면 아무런 연결 관계도 없는데 부정적인 연결 관계를 연상한다.


    1. 사고방식의 문제

     

     누구나 가격 압박을 받게 되면 핵심 제품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는 반응을 나타낸다. 보존 본능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종종 헛수고로 그치고 만다. 제품이나 콘텐츠 중심의 사고방식을 따르면 결국 콘텐츠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 대신 핵심 제품을 보완재로 생각하는 상황을 들여다보면, 즉 가치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보완재는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늘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영화관은 티켓 판매 외에 팝콘 판매로 돈을 벌었다. 텔레비전과 신문은 콘텐츠 판매는 물론 광고로도 돈을 벌었다. 음악가는 CD뿐만 아니라 콘서트로 돈을 벌었다. 

     

    보완재는 또한 법과 경제 사이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해준다. 문제 해결을 위해 법적으로 싸우는 전략이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단, 법적 조치를 유일한 해결 수단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시장 중심 전략(market-based strategy)’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학문적 주장이 대세를 이루는 상황이었다. 한 연구는 거의 모든 비즈니스(제약 산업은 제외)에 있어서 공식적인 지적재산권 보호가 중요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특허 보호는 역동적이고 효율적인 시장 경제와 공존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법정 권리가 자동적으로 그에 따른 이익 확보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히면서 법적 권리와 실질적인 재산권의 차이에 주목했다. 논쟁의 흐름이 변하자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 비즈니스가 저작권 침해에 법으로 대항하는 전략을 넘어서서 좀더 창의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2. 언어의 문제


     연결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는 기업 관리자의 부적절한 마음자세나 무능력과는 관계가 없다. 그보다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관계가 있다. 산업 융합(industry convergence), 초경쟁(hypercompetition), 파괴(disruption) 같은 말들이 최근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런 단어들이 뜻하는 바는 거의 일맥상통한다. 당신의 사업이 신기술의 위협을 받고 있으니 무슨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산업 융합을 당장 눈앞에 직면한 기업의 관리자에게는 이런 상황이 연습이 아닌 실전이고, 안정이 아닌 불안을 뜻한다. 이런 현상을 예전에는 없었던, 오늘날에만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으로 보아 넘기기가 쉽다.


    하지만 10년도 더 전에 경제학자들은 최근에 퍼지고 있는 이런 여러 상황(산업 경계의 모호성, 제품 융합, 파괴)에 대해 대체재(substitute) 개념을 활용해 이미 정리해놓았다. 대체재는 보완재와 정반대다. 가격이 더 낮거나 더욱 널리 사용되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당신의 핵심 제품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면 그 제품이 대체재다.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대수롭지 않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의만 보고는 대체재의 실체를 알 수 없다는 데 은밀한 함정이 있다.


    당신의 핵심 제품이나 콘텐츠를 중심으로 경쟁을 정의하려 한다면 한 부류의 경쟁자에게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번에는 고객의 입장에서, 전동 공구를 선물용으로 구입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경쟁을 정의해보라. 완전히 새로운 경쟁자들이 보일 것이다. 대체재는 당신으로 하여금 당신이 제공하는 콘텐츠의 입장이 아니라 당신의 고객 입장에서 경쟁을 바라보도록 만든다. 대체재가 중요하면서도 무서운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예전의 대체재는 산업 융합, 초경쟁, 파괴처럼 포장을 바꾸어가며 등장했다. 하지만 이 모든 단어들이 의미하는 바는 동일하다. 대체재를 조심하라는 것이다. 신기술이 무섭고 두려운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경쟁이 벌어지지 않는 곳이 없다. 파괴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당신 사업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위협에 처해 있다. 당신의 제품이나 콘텐츠를 대체할 값싼 또는 아예 돈이 들지 않는 대안이 등장한다면 어떨까? 이런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기업가들은 기회가 아닌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긍정적인 연결 관계보다는 부정적인 연결 관계의 관점에서 생각하도록 훈련받아왔기 때문이다.


    3. 자료의 문제 - 인식(perception)의 문제    


     기업이 변화를 꾀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제를 바르게 진단하는 것이다. 특히 보완재와 대체재를 구분하는 일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전략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체재를 마주했을 때는 그 대체재의 가격을 올리고 접근성을 제한하는 것이 좋다. 대체재를 보완재로 잘못 판단해서 정반대의 전략을 세우면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된다. 보완재와 대체재의 구분이 간단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가 무용지물이므로 분명한 보완재다. 하지만 그 차이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종이 신문과 온라인 신문을 보자. 한쪽이 다른 쪽의 가치를 감소시키므로 이 둘을 대체재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 어떻게 보면 보완재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종이 신문에서 기사를 읽다가 온라인 신문에서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게 되거나 반대로 온라인 신문을 보다가 종이 신문을 읽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타당한 말로 들린다. 이렇게 모순되는 설명들을 구별하기가 힘든 이유는 우리가 주로 의존하는 자료 때문이기도 하다. 종이 신문과 온라인 신문이 보완재인지 아니면 대체재인지 구분하기 위해서는, 그 제품이 없을 때 각 항목의 사람들이 무엇을 사용했는지 알 필요가 있다. 따라서 표에 나온 숫자만 보고는 답을 알 수가 없다. 자료는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정확해야 좋은 것이다. 게다가 틀린 자료를 가지고 있으면 아예 자료가 없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이것이 음악업계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진정한 교훈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 말이다. 해적행위로 인한 저작권 침해가 CD 판매 하락의 주범이라고 확신한 임원들 대부분은 한 가지 해결책, 대항하는 일에만 전념했다. 훗날 일부 임원들은 업계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기보다 불법행위와 싸우는 데 시간을 소비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들은 부정적인 연결 관계에만 매몰되어 긍정적인 연결 관계를 이용할 가능성을 사장시키고 만 것이다.


    관리 능력에 따라 대체재가 보완재가 될 수도 있다


     교과서적인 해석으로 보면, 보완재란 존재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램프와 전구는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쓸모가 없어진다. 이 제품들 중 하나와 경쟁하려 한다면 그 기업은 반드시 가치를 제공하는 다른 제품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위의 경우 모두 보완재의 역할은 기업의 선택이 아닌 제품의 특성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보완재의 역할은 기업의 선택에 의해 생겨날 수도 있다. 타이어를 구매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레스토랑 가이드를 제공할 필요는 없다. 이런 보완재들의 경우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활용이 가능한 경우에는 기업이 제공하는 콘텐츠의 가치가 올라간다. 따라서 기업은 새로운 보완재를 제안할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당신이 종이 신문과 온라인 신문에 똑같은 콘텐츠를 담아 제공한다면 당신 스스로 독자들에게 인쇄와 디지털을 대체재로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쇄 버전과 디지털 버전에 서로 다른 콘텐츠가 들어간다면, 콘텐츠를 한쪽 버전에만 독점적으로 넣든지, 내용을 가공해서 양쪽 버전에 다 넣든지 해서 2개의 보완재를 손에 쥘 수도 있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가격을 달리 해서 제공하면 독자들에게는 두 제품을 별도로 구분해서 대하라는 뜻으로 들린다. 둘을 묶어서 할인된 가격에 팔면 고객은 두 제품 모두를 살 수도 있다. 이런 아이디어는 누구라도 생각해낼 수 있다.

    디지털 제품이 전통 제품의 도우미가 되는 비결


    “디지털 제품이 전통 제품의 매출 감소를 불러오겠지?” 


     이는 대체재와 파괴, 즉 부정적인 연결 관계의 마음자세다. 하지만 새로운 포맷을 새로운 버전 내지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로 바라본다면 긍정적인 연결 관계를 창출해낼 수도 있다.


     디지털 포맷이 전통 제품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이제까지는 대체재와 자기잠식이라는 단어가 연상되며 걱정이 앞섰다. 이는 디지털 포맷으로 제공하는 콘텐츠가 전통적인 포맷이 제공하는 콘텐츠와 똑같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제품을 전통 제품과 차별화시킬 방법에 대해 창의적으로 생각해보라. 그러면 훌륭한 보완재를 만들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짜 금광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것은 절대 판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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