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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 콘텐츠의 미래 : 하나의 성공에 업혀갈 때 얻는 강력한 효과
    책/경제경영 2020. 11. 28. 17:38


    '콘텐츠의 미래' 열네 번째



    수직적 통합의 미스터리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ion)이란 콘텐츠와 유통이 통합 내지 결합되는 것을 말한다. 수직적 통합에 대해 일반적으로는 이런 식의 주장을 펼친다. 유통업자(배급업자)가 업스트림 콘텐츠를 사들이면 프로그래밍 비용을 조절하기가 더 좋다.


     그런데 위의 주장 중에 설득력이 있는 주장은 하나도 없다. 그 이유는 바로 ‘영합이전(zero-sum transfer)’ 때문이다. 스튜디오의 히트 작품을 사용할 권리가 생긴다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보자. 여기에는 한 가지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아래로 유통되는 제품 가격을 제한하면 유통업자에게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히트 작품을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 길이 막히므로 손해다. 반대로, 유명하지도 않은 콘텐츠를 무조건 구입한다면 유통업자가 손해를 볼 수 있다. 다른 스튜디오에서 더 수익성이 좋아 보이는 물건을 갖다 놓을 수도 있었을 테니 말이다. 


     달리 말해서, 거래를 통해 한편이 얻는 이득이 다른 편의 손실에 의해 상쇄된다는 뜻이다. 결국 통합에서 얻는 순이익은 없다. 수직적 통합을 관통하는 논리의 흐름은 간단하다. 한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다른 주머니로 옮겨 넣는다고 현금이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원리다. 수직적 통합을 지지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 점을 계속해서 놓치고 있다.    


     영합이전의 논리가 의미하는 것은, 수직적으로 통합된 시스템에서의 콘텐츠 가치가 통합되지 않은 시스템에서의 콘텐츠 가치와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제로섬 논리는 결국 수직적 통합이 인수자의 힘과 영향력을 증가시키는 것 말고는 다른 혜택이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통합에 대해 비판하는 이유다. 왜냐하면 실제로는 통합이 주주의 가치를 높이기보다 파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콘텐츠 공급자와 유통업자가 제공하는 것이 무언가 고유한 것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중복 가격할증 문제(double markup problem)’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난다. 공급자와 유통업자가 자신의 직접 구매자(immediate buyer)에게 희생을 전가하면서 각자 가격을 책정하고, 그에 따라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최종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이럴 경우에는 통합이 효과를 볼 수 있다. 통합된 회사는 두 번이 아닌 한 번의 가격인상을 실행함으로써 수요 증가에 따른 이익을 확대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수직적 통합이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는 또 있다. 콘텐츠 품질이란 참 신비한 것이다. 때로는 내가 손에 쥔 것이 히트작인지 아니면 실패작인지 바로 안다. 하지만 콘텐츠 품질은 객관적인 형태로 바로 드러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히트냐 실패냐를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대박을 치는 히트작 또는 실패작에는 이런 사정이 통하지 않지만, 이 부분에서 유통업자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달리 표현하자면, 유통업자가 품질을 가꾸는 셈이 된다. 동등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인기 콘텐츠를 얻을 수 있는데, 굳이 수직적 통합을 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는 반면에 수직적 통합을 덜 유명한 콘텐츠를 키우고 성공의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본다면 상황은 다르다. 이 경우에는 통합의 이득이 훌륭한 콘텐츠를 취득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다. 덜 알려진 프로그램이 이미 유명해진 콘텐츠에 업혀가도록 홍보하는 데서 온다. 즉 제품 연결 관계에서 온다는 말이다.



    업혀가기의 50가지 그림자


     텔레비전에서 활용하는 업혀가기 방식은 수직적 통합 말고도 또 있다. 채널 묶음판매, 즉 콘텐츠 제공자가 유통사에게 모든 채널을 전부 가져가든지, 아니면 하나도 가져가지 말든지 식의 거래를 제안하는 것이다. 묶음판매를 지지하는 측에서 내세우는 주장 중 하나는 인기 있는 채널이 다른 채널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논리를 믿기는 힘들다. 게다가 인기 없고 수익도 나지 않는 채널이 오랫동안 살아남으리라는 주장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에 뉴스 코퍼레이션은 네거티브 가격(negative price) 전략으로 대응했다. 케이블 사업자가 폭스 뉴스 채널을 돈 주고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틀어주면 돈을 주는(pay to play)’ 방식이었다. 콘텐츠 묶음판매는 유통업자에게 채찍을 휘두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면에 틀어주면 돈을 주는 방식은 당근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폭스 뉴스는 또 다른 형태의 업혀가기 전략을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주요 뉴스거리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여느 방송과는 다른 시청자 층을 목표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주요 뉴스를 다루는 방법도 달랐다.


    "우리는 주요 행사나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뉴스 전쟁에서 이기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그럴 때가 새로운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런 행사나 사건이 벌어질 때 일단 사람들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면, 그들 중 상당수가 떠나질 않습니다. 행사나 사건이 종결된 이후에도 말이죠.”


     텐센트는 자사의 핵심 소유물(플랫폼)을 사용하기 위해 매일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기업에서는 이를 ‘트래픽 머신(traffic machines)’이라고 부른다)에게 업혀가는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텐센트는 온라인 뉴스와 안내 광고에서의 성공을 디지털 벤처의 성장이라는 부수적인 혜택을 얻어내는 데 활용했다.



     똑같은 광고 공간이 보완재를 판매하는 사이트에게는 훨씬 더 큰 가치가 있었다. 이 말은 보완재를 홍보하면 된다는 간단한 아이디어처럼 들린다. 하지만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광고 공간을 여러 사이트에 걸쳐 매번 바꿔가며 편성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지능적인 통합’이 필요하다. 


     지능적인 통합은 단지 알맞은 사용자를 타깃으로 삼는다거나 또는 누구에게 광고를 보내야 할지 안다는 말이 아니다. 개인의 필요에 따라 광고 카피 자체를 고쳐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데이터 공유뿐만 아니라 실험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광고주들은 그냥 배너 광고 구입이 아니라, 역동적인 제휴 관계를 통해서 여러 일들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에 대해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구입하는 데 대출과 보험이 함께 구성돼 있습니다. 전자 제품을 사는 데 비교 사이트가 옆에 있는 겁니다. 관련 상품에 집중하는 완전히 독립적인 비즈니스를 살펴보게 되었죠. 이제 우리 안내 광고 사이트의 관심은 광고 공간이 일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블로켓이 다른 사이트들과 통합이 더 잘될수록 수익이 올라가니까요. 단순히 광고주에게서 돈을 받는 판매 영업이 아니라 광고를 가장 효과적으로 만들어서 이익이 나는 관계를 만들도록 장려하는 겁니다.”


     십스테드는 이 과정을 더 다듬기 위해서 광고 공간을 다른 곳에 팔지 않았다. 대신 내부의 벤처기업들을 홍보하기 위해 이 공간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측정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잠재 가격(shadow prices)’이라 한다. 


     '가장 잘하는 일에 집중하라'는 격언을 요즘은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더 자주 성공을 거두는 쪽은 제품에 집중했을 때가 아니라 제품 연결 관계에 집중했을 때다. 프랜차이즈, 후속작, 커버, 똑같은 이름의 앱, 수직적 통합, 묶음판매, 거꾸로도 미치는 스필오버, 트래픽 머신은 모두 주목받기 어려운 상황에서의 대처방식이다. 해결책은 모두 비슷하다. 알려지지 않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 알려진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혹시 뛰어난 콘텐츠 하나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당신에게는 뛰어난 제품뿐 아니라 제품 연결 관계 또한 필요하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몇 가지 질문        


    1. 스필오버 대 시너지, 무엇이 다른가  

      

    제품 스필오버와 시너지를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둘을 동일시하다가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함정 하나는 연결 관계를 활용하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있지도 않은 연결 관계를 활용하려는 것이다.


    비즈니스 시너지를 살펴보면 대부분 그 효과가 발생할 때 특정 패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패턴은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 예를 들면, 하나의 제조 시설을 함께 사용하는 두 제품 또는 하나의 판매 인력을 공유하는 두 비즈니스처럼 말이다. 이 패턴은 시장 상황에 맞춰 빠져 나가거나 밀려오지 않는다. 제조 인력과 판매 인력의 시너지는 수요 상황이 변하는 가운데서도 그 상태를 유지한다. 그리고 이 패턴이 제대로 활용되려면 조직 구조의 체계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스필오버 그리고 업혀가기 전략들은 특정 사건 이후에 발생한 연결 관계를 활용했다. 그 이유는 히트작의 발생, 그리고 유명세를 이용해 업혀갈 수 있는 기회의 발생이 우연이기 때문이다. 즉, 그 계기를 예측하기가 힘들거나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연결 관계를 맺는 것이 간단치 않다.


    이런 차이가 주장하는 바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많은 콘텐츠 비즈니스가 시너지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다가 실패한다. 기업들이 직면하는 어려움은 연결 관계에 대한 마음자세 때문일 수 있다. 연결 관계를 무작위적인 촉발 계기로 인식하기보다 제조 공장과 판매 인력 사이의 시너지로 생각한다는 말이다.


    기업은 유연한 구조가 필요한데도 시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디자인된 고정적인 구조를 만들어낸다. 콘텐츠 비즈니스의 연결 관계는 빠져 나갔다 흘러오는 패턴을 보이는데도 콘텐츠 비즈니스가 체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취급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수많은 노력이 허망한 결과로 끝나고 만다.


    2. 브랜드 대 개별 제품, 어느 편을 들 것인가


    제품 연결 관계는 경쟁의 기조를 제품에서 포트폴리오로 옮기는 전략을 강력하게 권고한다. 방송 네트워크가 묶음판매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시청자들에게 ‘네트워크를 시청하게’ 만드는 것이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하는 것보다 자신들에게 더 낫기 때문이다. 방송 네트워크는 경쟁의 중심을 개별 프로그램에서 네트워크 브랜드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상황을 더욱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으로 만들었다. 


    늘 최고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그것을 통해서 고객들을 위한 경쟁을 벌인다는 생각은 논리적이다. 하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게임에서 반복해서 이길 확률은 로또에 당첨될 확률과 같다. 하나의 콘텐츠보다 전체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강화하면 뜻하지 않은 변덕을 막을 수 있고 당신은 게임의 방식을 변화시키게 된다. 개별적인 성공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성공 가능성을 창출하게 되는 것이다. 관리자라면 누구나 소비자들이 브랜드 충성도를 유지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과연 소비자들이 이런 것에 신경을 쓸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소비자 충성도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하나는, 사람들이 그 제품에 대해 알고 있고 그 제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선택한다는 시나리오다. 다른 쪽은, 제품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제품을 선택한다는 시나리오다. 


    이 2개의 상반되는 시나리오는 통계학의 표현을 빌리자면 ‘관측상 동일(observationally equivalent)’하다. 어쨌거나 동일한 구매 결정의 결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한 경우에는 브랜드가 고객에게 별 가치를 전하지 못하는 반면, 다른 경우에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청자는 왜 텔레비전에서 브랜드 충성도를 보이는 것일까? 한 가지 이유는 정보 때문이다. 브랜드는 시청자들이 무엇을 보게 될지 예상하는 정보 전달자의 역할을 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브랜드가 정보적 연결 관계를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프로그램들에 걸쳐 정보적 유대가 더 강할수록 브랜드 마케팅에 더 많은 이익을 준다.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 또는 더욱 뚜렷한 정체성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반면 브랜드의 정보적 유대가 약할수록, 제품보다 브랜드를 강조하는 데서 얻는 이익은 더 적어진다.


    이제, 경쟁을 제품에서 포트폴리오로 이동하는 건 언제가 좋은지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가자. 제품이 너무 많거나 또는 너무 자주 바뀔 때 이동한다면 말이 된다. 제품들이 너무 혼잡스럽게 섞여 있어서 소비자가 어디서 무엇을 발견할지 모를 때, 그리고 브랜드가 소비자들로 하여금 혼잡 속에서도 충분히 구분 가능할 정도로 뚜렷한 이정표 역할을 할 때 이동하면 이해가 된다. 포트폴리오가 단 몇 개의 제품만을 지니고 있을 때, 제품들이 자주 대체될 때, 제품들이 서로 매우 다를 때(브랜드 이미지가 분산되었을 때) 그리고 소비자들이 개별 제품들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때 이동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 


    3. 스필오버는 왜 디지털을 고집하는가    


    왜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에 있어 스필오버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지는 알 수 없다. 각각의 경우에 시청자들에게 더 많은 컨트롤, 더 많은 검색 기능, 더 많은 쌍방향 차원의 이용 권리를 주었음에도 네트워크 충성도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놀랍게도 시청자의 타성이 20년 전만큼이나 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과학기술의 영향이 미치지 못했다는 말이다. 이런 모든 사례에서 연결 관계가 유지되었다. 마치 음악 CD처럼 함께 묶여 나온 프로그램들을 강제로 봐야만 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그렇게 선택했던 것이다.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뒤로 기대기(lean back)와 앞으로 기대기(lean forward)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PC를 쓸 때 뒤로 기대는 활동을 합니다. 그리고 아이패드를 쓸 때는 이메일이나 페이스북, 트위터를 이용할 때처럼 앞으로 기대는 활동을 합니다. 이게 제 말의 요점입니다. 기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스 케이스(Use case), 즉 시스템의 쓰임새가 중요하다는 말이죠.”


    기기가 아니라 시스템의 쓰임새가 중요하다. 사람들이 언제나 제품개발 엔지니어가 예상했던 대로 신기술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브랜드 충성심이 계속되는 이유는 자신에게 무엇이 좋은지 알아낼 수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브랜드에 의존하는 것이 더욱 편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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